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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키스 여자의 속마음

첫키스 여자의 속마음

남자는 여친과 첫 키스를 시도할 때는 대부분이 그 기간이 그 남자의 능숙 미라고 봐도 좋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험이 적고 시간이 흘러서 이젠 시도할만하다면 돌쇠 정신으로 밀어붙이려고 노력한다. 대부분이……. 그러면 여자입장은 어떨까 보자


오늘따라 남친이 이상해요. 자꾸 초조해 보여요. 평소에 그렇게 가자고 노래를 불러도 비싸다며 꽁지를 빼던 비싼 레스토랑에 데려가요.

느낌이 와요. 오늘 뭔가 벼르고 있어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메뉴를 주문하는데, 평소에는 삼겹살 먹으며 마늘 추가를 열 번씩 외치던 놈이, 오늘은 스테이크에서 양파도 빼달래요. 싸구려 하우스 와인이 아니라 혀 굴러가는 이름의 프랑스 와인도 주문해요. 이자식, 적금 깨서 온 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잠자코 즐기기로 해요. 이럴 때마저 남친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는 건 조선시대 사고방식이니까요.

살짝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스테이크를 시키면서 양파를 추가 주문해요. 남친 얼굴이 살짝 일그러져요. 모르는 척 생긋 웃으며 얘기해요.

“양파가 뱃살 빼는 데 그렇게 좋다네 ."

“자기가 뺄 살이 어디 있다고 그래...”


“어머 무슨 소리야, 자기한테 이쁘게 보이려면 더 빼야 해. 기다려 봐. 조만간 효리 허리가 될 테니까~ 효리 허리라는 말에 어색하게 웃어넘기지만, 얼굴은 이미 썩어 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나온 메뉴를 소스까지 싹싹 긁어 먹어요. 역시 고기는 비싼 게 제 맛이에요.


디저트까지 싸그리 먹고 화장실에 가요. 화장실에 들어간 순간, 내 가방은 트랜스포머로 변신해요. 치약과 칫솔, 가글에 혀클리너, 치실에 구강 스프레이까지 입 냄새를 없앨 수 있는 모든 도구가 등장해요. 매일 이렇게 닦으면 전국 치과 의사는 다 망할 거예요.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함께 길을 걸어요. 오늘따라 어두컴컴한 길로만 데려가요. 어깨에 슬쩍 손도 올려요. 이럴 때는 허리에 손을 감고 착 안겨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절대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까요. 내 사인을 알아들었는지 인적 없는 담벼락에 우뚝 멈춰 서요. 올 것이 왔어요. 처음인 척하려면 일단 입술을 바르르 떨어줘야 해요. 남친이 못 보게 고개를 숙이고 입을 풀어요. 두 손이 내 볼로 와요. 아싸리비아, 첫 키스예요.


헐~ 이자식 양파만 안 먹었지 이도 안 닦았나 봐요. 스테이크 항이 은은히 풍겨요. 게다가 젠장, 배에만 살이 줄 알았더니 혀에도 살이 쪘어요. 입 속으로 두툼한 스테이크 조각이 날아다니는 것 같아요.


처음인 척하느라 입술을 조금만 벌린 게 다행이었어요. 이놈자식, 에티켓부터 가르치려면 갈 길이 멀어요. 이번에도 역시나 로맨틱은 물 말아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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