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복서 이흑산

난민복서 이흑산을 아시나요 카메룬 출신 34세 압둘라예 아싼 세계군인대회 출전 뒤 서울에 정착 올해 한국 챔피언 돼 난민으로 인정받아 머물고 있는 복서 이흑산입니다.

카메룬 출신 복서 압둘라예 아싼(34). 검은색 피부에서 따온 ‘흑’, 산처럼 큰 선수가 되라는 뜻의 ‘산’을 합쳤다. 코리아의 ‘코’ 자도 몰랐던 그가, 이제 자신을 품에 안은 한국에서 ‘챔피언’을 꿈꾼고 있는데요

이흑산의 고향은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도 다른 나라로 떠난는 바람에 할머니와 함께 자랐고 초등학교 5학년 때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를 위한 돈벌이에 뛰어들었는데 16살 때 킥복싱을 접한 그는 군 팀에서 복싱하던 선배를 만나 입대했다고 랍니다 군에 있으면 먹고 살 걱정이 없고,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면 돈도 벌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요

카메룬은 폴 비야(84)가 35년 넘게 집권 중인 독재국가이기에 군대는 이흑산의 예상과 달리 월급은 없었고 소속부대에서 지정한 경기에만 출전해야 했읍니다. 13년을 복무해 상병이 됐지만 총 한 번 쏴보지 못했고 나이지리아로 탈영했다가 붙잡힌 친구는 수용소에 끌려간 뒤 소식이 끊겼읍니다. 군인 신분이지만 평소엔 옷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다 대회가 다가올 때만 훈련했는데 허락 없이 대회에 나갔다가 투옥되기도 하고 구타와 가혹 행위가 잇따랐다고 합니다. 전역을 하고 싶어도 58세까지 복무해야만 전역이 되는 나라입니다.

그러던 차에 2015년 10월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출전하게 됐고 한국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지만, 4살 어린 동료 에뚜빌과 함께 무작정 선수단을 이탈했읍니다. 이흑산은 “붙잡히면 수용소로 끌려가 죽을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한국에 무조건 남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얘기했습니다. 할머니와 6살짜리 딸을 다시 볼 수 없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합니다

서울로 올라온 이흑산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가 난민 신청을 했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게 된 캐나다 여성복서 에이미의 도움으로 천안에서 복싱을 시작했는데요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프로선수로 정식 데뷔할 계획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읍니다. 결국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이흑산의 매니저인 이경훈 춘천아트복싱체육관장은 "한국에서 복싱을 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서류를 작성했지만 난민 인정을 받기는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이의 신청을 한 이흑산은 추방에 대한 공포 속에서 샌드백을 때렸고 1년 4개월간 링 위에 선 건 한 번뿐. 구직도 여의치 않으며 한국말도 못 하고, 신분도 불분명한 그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읍니다. 함께 탈영했던 에뚜빌은 비자 갱신 기간을 놓쳐 강제추방 명령을 받고 수용소에 갇히기도 하고 이흑산은 좌절감 속에 에뚜빌과 함께 눈물 흘렸읍니다.

운명이 바뀐 건 이경훈 관장을 만나면서인데. 2016년 12월, 이흑산은 스파링 때 만났던 이 관장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 “함께 운동을 하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이 친구 사정을 듣고 보니 고민됐죠. 나이도 많고 언제 추방될지 모르니까요.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결심했습니다." 이 관장은 이흑산을 받아들였다. 큰 키(1m80㎝)와 긴 팔(양팔 길이 1m87㎝), 그리고 체력과 유연성을 믿어보기로 하고 무엇보다 이흑산에겐 '복싱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었읍니다.

기대에 부응했고 이흑산은 지난 5월 복싱매니지먼트코리아 수퍼웰터급 한국 챔피언에 올랐읍니다. 챔피언이 되면서 그의 사연도 알려졌고 이일 변호사의 도움으로 지난 7월 난민으로 인정받았읍니다.10개월이나 수용소에 있었던 에뚜빌도 이달 초 한국에 머물 수 있게 됐읍니다.

한일 국제전 및 한국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이 25일 오후 서울 강북구 신일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카메룬 국가대표 출신의 난민 복서 이흑산이 일본 바바 카즈히로를 상대로 KO 승리를 차지하고 있다.